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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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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사운드골프] 스코어보다 더 중요한 건 내용

DATE / 2018.08.06

허영만 화백은 고희가 넘었지만 스윙이 아주 부드럽고 예쁜 편이다. 70대이지만 4-50대 동반자들에게 파5홀에서만 1타를 받고 화이트티에서 칠 만큼 아직은 거리도 짱짱하다. 일본 하마마츠 카츠라기 골프장에서 쓴 허영만 화백의 라운드 일기.

3rd.

2018년 4월 8일 하마마츠(浜松), 카츠라기(浜松) CC, YAMAHA 그룹 소유.

클럽하우스에서 뷔페 식사의 맛이 아주 좋다. 달지 않고 간이 적당하다. 특히 카레라이스를 권하는데 NO.1. 이 골프장의 음식 맛은 전국 5등 안에 든단다.

일본인들은 랭킹 매기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온천랭킹, 단풍랭킹, 음식랭킹 등등.. 식사 포함 그린피는 33,000엔(약 33만원) 싼 편이 아니다. 캐디는 64세 누님인데 클럽 챙겨주고 카트 운전하고 공 찾아주고 거리를 알려주지만 스코어는 플레이어가 직접 기록해야 한다.

허영만 화백의 스윙은 부드러우면서도 파워풀하다. 7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유연함에서 연륜 샷이 나온다.[이지연 기자]



1번 홀 파4.

바람이 무척 세고 날이 차다.

골프장에서 빌린 클럽은 역시 YAMAHA. 샤프트 강도는 전부 R. 한국에서 드라이버와 페이웨이 우드는 SR. 아이언은 R을 쓰지만 뭐.. 눈 앞에 있는 걸 그냥 쓸 수밖에 없다.

바람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심하게 분다. 평소 페이드 볼을 치니까 좌측을 겨냥하고 드라이브 샷을 했다. 러프 3번 우드 샷, SW로 그린온. 일주일 전에 야마하 레이디스 오픈을 치렀던 곳이라 아직도 그린이 상당히 빠르다. 경사도 많다.

3퍼트, 더블보기.

이 골프장은 처음이지만 나무의 굵기나 코스 설계를 봐서 오래된 곳이 분명하다. 특히 그린이 두 곳이라면 옛날 디자인이라는 걸 피할 수 없다. 캐디가 42년 됐다고 알려준다. 골프장은 나무가 많고 편안하다. 옆 홀과의 경계가 두꺼운 숲으로 가려져 있어 공 맞을 위험이 없다.

2번 홀 트리플.

3번 홀 더블.

4번 홀 더블.

구력 38년인 허영만 화백은 여전히 골프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사진 이지연] 



형편없다. 바람도 바람이지만 공이 자꾸 우측으로 밀린다.

페이드 구질은 오래된 고질병. 구질구질한 구질이다. 내 검법은 38년 동안 닦았지만 아직도 미완성이다. 18홀을 돌면 18가지의 검법이 나온다. 누구보다 골프 욕심은 많은데도 연습장은 가지 않고 짱구로만 연구하는 전형적인 영감형 골프다. 이러니 매홀 티 박스에서 자세를 잡으면 별의별 계산법이 나온다. 머리가 복잡하다. 그런 상태에서 파5 5번 홀은 파로 마무리. 이젠 이 골프장에 적응이 되었구나 싶었더니 6번 홀 파3는 더블파.

7번 홀 보기

8번 홀 파

9번 홀 파

전반 9홀은 48타. 보기플레이 3오버다. 긴장하자.

이렇게 치다가는 90은 쉽게 넘는다. 긴장하는 이유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골프도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 내용 있는 골프를 쳐야 만족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안 그래?)

왼쪽 손목이 신경 쓰인다. 작년 가을부터 왼손 뼈가 팔목 뼈랑 닿으면 아프던 것이 지금은 더 심해져서 손을 잘못 쓰면 계속 신호가 온다. 병원에서는 아직 수술할 때가 아니니까 더 두고 보자고 했다. 다행히 골프 스윙에는 지장이 없다. 운동이란 실내에서 하는 푸쉬업과 스쿼트뿐이었는데 요즘은 그나마 손목 때문에 푸쉬업을 할 수가 없다.



10번 홀 파

11번 홀 보기     

뭐.. 이런 정도면 괜찮다.

그러나

12번 홀 더블 보기

13번 홀 보기

14번 홀 파

잘하면 90을 넘지 않겠다.

35년 전에는 뉴서울CC 멤버였다. 작년 여름 오랜만에 뉴서울CC에서 라운드를 했다.

세상에! 옛날에 공이 떨어지던 자리보다 40야드 뒤에 내 공이 떨어져 있었다. 골프장이 길어진 것이 아니니까 내 비거리가 형편없이 줄어든 것이다. 내 칼끝은 부러지고 녹슨 것이었다. 옛날에도, 지금도, 같은 또래들보다는 비거리가 밀리지 않았는데 비애를 느꼈다. 무림에서 살아남으려면 부러진 칼로는 어림없다.

15번 홀 파

16번 홀 더블

요즘 숙제는 공을 클럽페이스의 중앙으로 때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스윙을 하지 못하니까 거리를 손해 보고 있다. 하체에 힘이 빠져서 버티지 못한 것도 원인이겠다.

집에서 스윙을 점검하다 백스윙 때 클럽페이스가 스윙아크 보다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론상으로 몸을 내밀면서 백스윙을 하지 않는 이상 그럴 리 없지만, 원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스윙을 하기 때문에 다운스윙 때 아웃 인 스윙이 된다. 그래서 클럽 면의 바깥 부분에 맞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백스윙 때 어깨를 충분히 돌리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백스윙 때 체중이 우측으로, 임팩트 때 체중이 좌측으로 이동이 심했다.

그래서 지난 겨울부터 드라이버를 백스윙할 때 우측으로 바로 돌려 치켜들고 다운스윙 때는 팔로 당기지 않고 백스윙 때의 궤도를 지키면서 그대로 끌어내리는 연습을 했다.

이 검법이 유효했다. 적어도 지난 겨울에 태국 전지훈련에서는 20~30야드가 더 날아갔다. 작년 말부터 사용한 YAMAHA 골프채도 한몫 했다. 그러나 3월 말 한국에서의 골프는 한심했다.

태국에서의 비뚤어지지 않고 먹줄처럼 날아가던 공은 볼 수가 없었다.

내 검법은 30℃ 이상의 뜨거운 날씨에나 유효한 것일까?

17번 홀 보기

18번 홀 보기

합계 92.

걱정한 대로 90을 넘기고 말았다.

카츠라키 골프장에서 92타를 기록한 허영만 화백. 스코어가 좋지 않아도 가능성을 발견한 날은 라운드가 만족스럽다.[사진 이지연]



골프는 스코어가 좋지 않아도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 가능성이란 16번 홀에서의 새 검법. 자꾸 페이드 볼이 나와서 우측 손으로 왼손을 덮어 잡아 살짝 훅 그립을 만들고 백스윙한 대로 궤도를 잃지 않고 다운스윙을 했더니 총알같이 날아간 것이다. 18번 홀에서도 이 검법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드디어 그 님이 오신 것이다. 만세! 숙원의 검법 완성!

그러나 웬걸. 그 검법은 사무라이의 나라 일본에서나 써먹을 수 있었던 것인가?

한국에서 그 검법은 필드에서도 연습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가능성을 확실히 봤었다.

게다가 손에 딱 맞는 YAMAHA UD+2 골프클럽이 있기에 올해 골프 농사는 기대해 볼 만하다.